ONCE AI PUBLISHING디지털 핸드북 시리즈 #01
PREFACE

서문

LLM으로 다시 풀어 보는 오래된 문제들

오래전 풀었던 문제를 지금의 LLM으로 다시 풀어 보면 어떨까. 나는 꽤 오랫동안 그런 생각을 품고 다녔다. 예전에 강화학습으로 풀어 보던 게임, 휴리스틱으로 겨우 움직이던 작은 프로그램, API를 붙여 만든 자동화 도구, 직접 데이터를 모아 학습시키던 모델들을 지금의 인공지능과 다시 마주 세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같은 문제라도 도구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풍경이 보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 생각이 책의 형태가 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LLM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지도 사실 오래되지는 않았다. 처음 등장했을 때의 LLM은 놀랍기는 했지만,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만능 도구는 아니었다. 성능도 들쑥날쑥했고, 어떤 질문에는 그럴듯하게 대답했지만 어떤 문제 앞에서는 쉽게 흔들렸다.

그런데 변화는 순식간에 찾아왔다. LLM은 매우 빠른 속도로 좋아졌다. 코드를 읽고, 고치고, 설명하고, 문서를 만들고, 이미지를 해석하고, 도구를 호출하기 시작했다. 한때는 마치 AI가 곧 세상을 지배할 것처럼 떠들썩한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AI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지는 못했다. 더 많은 문제를 만나야 했고,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야 했으며, 더 좋은 연결 방식과 더 세심한 검증이 필요했다.

우리는 이미 그 차이를 보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어떤 영역은 극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리눅스 쉘처럼 작고 명확하며 입출력이 분명한 언어에서는 LLM의 능력이 눈에 띄게 드러난다. 반면 계층이 깊고 맥락이 복잡한 언어, 대규모 웹 제작의 일부 영역, 설계 판단이 얽힌 프로젝트에서는 여전히 기대만큼 발전하지 못한 모습도 보인다. AI는 강력하지만 균일하지 않다. 모든 문제를 같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도구가 아니라, 문제의 모양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지는 도구다.

그래서 이 책을 단순한 코딩 참고서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문법을 나열하고, 라이브러리 사용법을 정리하고, 예제 코드를 따라 치는 책만으로는 지금의 인공지능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프로그래머에게 주는 레고 블록 같은 장난감이다. 독자는 이 책의 작은 프로그램들을 이리저리 조립해 보고, 부수고, 다시 붙여 보면서 인공지능을 손으로 익히게 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예제들은 거창한 연구실 장비가 아니다. 테트리스, 문랜딩, 오목, 바둑, 인베이더 같은 오래된 문제들이 있고, 주식 API와 암호화폐 자동매매처럼 현실의 데이터와 연결되는 문제도 있다. 어떤 장에서는 LLM이 화면을 보고 행동을 고르고, 어떤 장에서는 강화학습이 정책을 만들며, 어떤 장에서는 휴리스틱이 첫 번째 교사가 된다. 중요한 것은 정답 하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AI 사이에 어떤 다리를 놓을 수 있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AI의 끝은 결코 LLM이 아니다. LLM은 거대 언어 모델이다. 그것은 현재까지 매우 중요한 기본 형태이지만, 모든 문제를 풀기 위해 태어난 최종 형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LLM은 언어를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도구를 연결하는 강력한 기반이다. 그러나 실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각 모델, 정책 모델, 강화학습, 검색, 데이터베이스, API, 휴리스틱, 시뮬레이터, 브리지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 책을 쓰고 있는 2026년 봄은 agent의 천국처럼 보인다. 어디를 보아도 agentic AI를 말하고, 새 agent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agent가 도구를 쓰고, skill을 연결하고, 사용자의 작업을 대신 수행한다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하지만 이름이 바뀌어도 본질은 같다. AI가 문제를 풀려면 상태를 관찰해야 하고, 행동을 선택해야 하며, 그 행동의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오래된 강화학습의 언어와 지금의 agentic AI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만난다.

언젠가 LLM은 지금과 다른 형태의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거나, 더 큰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흡수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LLM을 배우는 일이 덜 중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음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의 LLM을 알아야 한다.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며, 어떤 문제에서 강하고, 어떤 문제에서 쉽게 착각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LLM 다음의 AI를 더 제대로 상상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마음으로 쓰였다. 오래된 문제를 새 도구로 다시 풀어 보고, 실패한 자리와 성공한 자리를 함께 들여다보고, 작은 프로그램을 하나씩 AI와 연결해 보는 책이다. 독자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완성된 하나의 정답을 얻기보다는, 자기만의 장난감 상자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 상자 안에는 환경, 정책, 모델, 데이터, 브리지, 휴리스틱, API가 들어 있다. 프로그래머는 그것들을 꺼내 이렇게도 만들어 보고 저렇게도 만들어 보면서, 결국 자신만의 인공지능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2026년 봄
저자

PREFACE · 서문1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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